법원의 판단
1심은 채혈로 확인된 혈중알코올농도 0.129%의 검사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호흡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채혈 방식으로 전환했고 피고인에게 채혈동의 및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피고인이 채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혈액은 신체에서 직접 확보하는 증거인 만큼 영장 없이 채취하려면 당사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1심은 채혈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혈액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검사 결과를 제외하면 음주운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경찰이 여러 차례 호흡측정을 시도한 뒤 채혈을 진행했고 피고인이 채혈동의서에 서명한 점 등을 토대로 혈액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2심은 혈중알코올농도 0.129%를 근거로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상고했고, 대법원은 피고인만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재판에서 벌금형보다 무거운 종류인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형종 상향 금지란 피고인만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원칙입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채혈 과정의 적법성이 다시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의 설명만으로는 피고인이 채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호흡측정이나 채혈 가운데 하나에는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피고인이 채혈에도 응할 의무가 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었고, 채혈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적법한 동의 없이 확보한 혈액과 혈액검사 결과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수집증거란 수사기관이 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해 확보한 증거를 의미하며, 형사재판에서는 절차 위반의 정도 등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129%라는 검사 결과가 존재하더라도 검사 결과를 재판의 증거에서 제외하면 음주운전을 인정할 다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