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형이 먼저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졸랐기 때문에 폭행을 피하려다가 우발적으로 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설령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살인죄에서 말하는 고의는 반드시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만 인정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칼로 가슴이나 등을 반복해서 찌르면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격을 계속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사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결과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법원은 범행 동기와 흉기의 종류 그리고 공격한 부위와 횟수 범행 이후 행동을 살펴 피고인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칼을 사용해 주요 장기가 있는 가슴과 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피해자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고 피해자의 공격이 끝난 뒤에도 칼을 휘두른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구조하지 않고 혈흔을 지우고 칼을 버린 행동은 우발적인 방어행위라는 주장과 맞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과거에도 비슷한 형태의 칼을 사람의 목에 겨누어 협박한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주먹이나 맨손으로 공격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칼을 사용해 가슴과 등을 반복해서 찌르는 행동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공격이 멈춘 뒤에도 칼을 휘둘렀다면 방어 목적보다 공격 목적이 강한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방어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보고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