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법원은 업무상 질병 사건에서 업무가 질병의 유일한 원인이어야만 산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질병이나 건강상 위험요인이 존재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 발생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망인의 실제 업무를 볼 때, 근로복지공단은 버스 운행시간을 중심으로 업무시간을 계산했지만 법원은 점호와 차량 점검 그리고 운행 종료 후 차량 정리와 주유 역시 업무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한 준비와 정리 과정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망인의 실제 업무시간이 공단이 산정한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망인은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를 그만두고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근무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했습니다. 여기에 새벽 출근과 반복적인 운행업무가 더해졌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들이 뇌혈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을버스 운전업무의 특수성도 고려됐습니다. 운전기사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며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긴장감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차간격이 짧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법원은 이런 업무 특성이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높이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망인에게 비만과 흡연 등 뇌출혈 위험요인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됐습니다. 법원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업무환경 변화와 장시간 근무 그리고 운전업무 특성을 종합하면 업무가 뇌출혈 발생과 사망을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