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무엇을 보호하는 범죄인지부터 짚었습니다. 이 범죄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표현을 의사에 반해 접하지 않을 권리, 다시 말해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성적 자극이나 성적 언동으로부터 벗어날 자유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통신매체의 의미도 넓게 봤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통신매체는 전화나 문자처럼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수단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정보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면 되고, 그 매개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이 상대방에게 도달할 수 있으면 통신매체가 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송금메모는 계좌이체를 하면서 거래의 목적, 송금인의 이름, 하고 싶은 말 등을 수취인의 거래내역에 표시하는 기능이므로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결국 송금메모가 은행을 경유한다는 사정이나 대화형 구조가 아니라는 사정은 본질이 아니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실제로 문구가 전달되고 상대방이 그것을 읽게 되는 구조라면 법은 그 기능을 통신매체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은 통매음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같은 구조는 스토킹 사건에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법원 공개 판결문에는 가해자가 발신번호 제한 전화, 문자, 주거지 대기와 함께 피해자 계좌에 1원을 이체하면서 메모 기능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약 714회 반복한 사안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송금메모는 연락 차단을 우회하고 공포심을 누적시키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 스토킹의 반복성과 지속성을 인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당장 나와” “불질러버린다”처럼 해악을 고지하는 말은 협박 문제까지 붙을 수 있습니다. 협박은 실제 실행 여부가 아니라 상대방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말이면 성립 가능성이 생깁니다.
결국 같은 송금메모라도 내용과 반복 정도에 따라 통매음이 될 수도 있고 스토킹이 될 수도 있으며 협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