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원심은 택시기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원심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도 소정근로시간이 계속 줄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6시간과 4시간으로 단축한 합의를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합의는 무효라고 봤습니다.대법원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을 바꾸지 않은 채 시간당 고정급만 높이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줄였다면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단축 합의를 탈법행위로 볼 수 있느냐였습니다.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이 정확히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줄었다면 소정근로시간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무시간보다 짧다는 사정만으로 합의를 곧바로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단축이 얼마나 자주 이뤄졌는지, 단축 폭이 급격했는지, 단축된 시간이 당시 택시기사의 통상적인 실제 근로시간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났는지를 각각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축 전후의 시간급과 최저임금 사이의 차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판단 기준에 포함됩니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3시간 20분까지 더 줄였습니다. 대법원은 3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은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다만 3시간 20분 합의는 택시기사가 퇴사한 뒤 체결됐습니다. 나중에 체결된 합의가 실제 근로시간과 크게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이전에 체결된 6시간 합의와 4시간 합의까지 모두 최저임금 회피 목적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6시간과 4시간 합의를 무효라고 판단하기에는 각 합의 당시의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