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거래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범위를 살폈습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대상물에 관한 중개가 완성되면 개업공인중개사가 거래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해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공인중개사가 서명하고 날인해야 하며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적어서도 안 됩니다.
대법원은 관련 규정의 취지를 토대로 공인중개사가 실제 중개를 완료했을 때 거래계약서를 작성·교부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자신이 중개하지 않은 거래에 관해 공인중개사 명의로 계약서를 만들어 주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부동산 계약서는 거래당사자 외의 사람에게도 계약관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범행을 함께 계획하거나 서로의 행동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를 쉽게 만들어 주는 행동도 방조가 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에서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의한 방조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실제 거래당사자도 아닌 사람에게 자신이 중개하지 않은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줬다면 제3자가 계약서 내용을 진짜 임대차관계라고 믿고 금융거래 등을 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공인중개사가 실제 중개행위 없이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사기 일당에게 전달한 행동은 공인중개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허위 계약서를 이용한 대출사기를 쉽게 만들어 준 방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