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법원의 판단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두 조항이 중요합니다. 하나는 대항력입니다. 대항력은 쉽게 말해 새 소유자에게도 임차인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다른 하나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대차관계가 계속되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입니다. 판결문에는 ‘의제된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완전히 동일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법에서 같은 효과를 준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대항력 있는 상가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뒤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라면 그 임대차관계는 계속되고 그 후 건물을 넘겨받은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승계란 기존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이어받는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풀면 기존 임대인이 빠지고 새 소유자가 그 빚을 떠안는 구조입니다. 결국 건물이 넘어간 뒤에는 새 소유자가 보증금 반환책임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뜻입니다.
문제가 된 원심판결에서는 원심은 임대차계약이 2021년 12월 31일 기간만료로 끝났다는 점을 중심에 놓고 점포 소유권을 취득한 조합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먼저 따졌어야 할 것은 계약 종료 자체가 아니라 임차인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인지 여부였습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고 있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는 계속되고 이후 점포를 넘겨받은 조합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한 가지 사정만으로 새 소유자의 책임을 끊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대항력과 임대차관계 존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고 그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권리금 회수 방해와 영업손실 부분은 임차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고시를 거쳐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예정된 이주기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게다가 임대차계약에도 이주기간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두고 조합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업손실 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차인은 2022년 4월 6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계속 영업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손해로 주장했지만 이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