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에서는 임차인이 건물이나 공간을 인도받아 독립적으로 점유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유오피스는 운영업체가 시설을 계속 관리하면서 입주기업에 업무공간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운영업체가 건물과 공용시설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입주기업의 이용 좌석을 변경할 수 있었던 만큼, 입주기업이 일부 좌석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공유오피스 전체를 독립적으로 점유하거나 관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법원은 입주기업이 계약상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시 적용되던 이용약관과 안전수칙을 검토했습니다. 당시에는 보조배터리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고, 입주기업이 직원의 개인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화재 이후 운영업체가 안전수칙을 강화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사고가 발생한 뒤 마련된 규정을 근거로 이전의 의무위반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직원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도 문제 됐으나, 해당 보조배터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물품으로 회사가 업무용으로 지급하거나 사용을 지시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직원이 보조배터리를 비정상적으로 취급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했기 때문에 법원은 개인 물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작물책임에 관해서도 입주기업이 해당 보조배터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보조배터리의 설치·보존상 하자와 회사의 관리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법원은 공유오피스의 실제 관리구조와 사고 발생 경위 등을 종합해 보험회사가 주장한 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과 사용자책임, 공작물책임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