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사건 내용을 보면 피고인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주거지 안방 드레스룸에 있던 금고 1개와 그 안의 재물을 접이식 수레에 실어 가지고 갔다고 기소됐습니다. 금고 자체를 이동시켰고 수레를 사용했다는 점도 우발적인 범행보다는 반출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힙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아들이라는 점입니다. 즉 직계비속이고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입니다. 이 신분관계 때문에 일반 절도와는 다른 조문이 연결됩니다. 절도죄는 형법 제329조가 기본인데 친족 사이 재산범죄에는 형법 제328조가 준용됩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친족상도례부터 봐야 합니다. 원래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일정한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는 구조를 두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부모 돈을 자식이 가져가도 국가가 형벌권을 뒤로 물리는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제도는 가족 내부 문제를 형벌로까지 끌고 가지 말자는 오래된 발상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이 커졌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회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약한 위치의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전 조항의 적용을 중지시켰습니다. 입법 취지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후 국회는 해당 조항을 개정해 친족 간 재산범죄를 아예 처벌불능으로 두지 않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 구조로 바꿨습니다. 법무부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온 개정 이유도 같은 방향입니다. 친족 간 범행이라도 무조건 봐주는 방식은 버리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면 국가가 개입할 수 있게 바꾼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더 중요한 이유는 개정법이 적용되는 시점에 범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정 형법은 2025년 12월 31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고 부칙에서 2024년 6월 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된다고 정했습니다. 이 사건 범행일은 2024년 12월 입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가족이니 형 면제”라고 볼 수는 없고 반대로 일반 절도처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끝까지 처벌하는 것도 아니게 됐습니다. 새 틀에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측은 1심 선고 전에 피해자들 명의의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단순한 감형 자료가 아니라 고소 취소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유죄냐 무죄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소가 유지되고 있었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더 이상 본안에서 유죄를 선고할 수 없고 공소기각을 해야 합니다.